2011년 8월 24일 수요일

경이적 투표율 60%…‘타워팰리스’ 안에선 무슨 일이

본 블로그의 성격과 맞지는 않지만, 개독보다 못한 놈들인것 같아서.


투표소가 타워팰리스 안에 위치…기자도 못 들어가게 막아
선관위 직원들도 출입 제한당해 소동 “세상에 이런데가…”
»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투표율 60%.
 타워팰리스 안에 설치된 서울 강남구 도곡2동 제4투표소의 투표율이다. 서울 전역 최종 투표율 25.7%의 두배가 넘는 기록적인 투표율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이번 주민투표에서 강남의 몰표 현상에 대해 “강남사람들이 괜히 잘 사는 거 아닙니다”라며 “그게 바로 계급의식”이라고 지적했다. 기자가 타워팰리스 A동 주민회관 투표소를 찾은 이유는 바로 그런 계급의식의 실체를 현장에서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자는 이곳에서 뜻밖의 봉변을 당했다. 24일 오후,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경비원이 붙잡았다.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는 것이었다. 다른 주민 투표소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어디서든 취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타워팰리스는 예외였다.
 재차 항의하자 그는 기자를 ‘타워팰리스 생활지원센터’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일종의 사설 경비소같은 곳이었다. 센터 실장과 대화를 나눴지만 그 역시 ‘외부인 출입은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설명해야 했다. ‘나는 타워팰리스를 취재하러 온 게 아니다. 도곡2동 제4 투표소를 취재온 것이고 이곳은 엄연히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곳이다. 사설 경비업체는 언론의 투표소 취재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러나 그는 계속 안된다고만 했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해야 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도 곤란한 입장”이라는 이상한 얘기만 해대었다. 그래서 물었다. “엄연히 선거관리위원회가 관할하는 투표소인데 왜 당신들이 타워팰리스 경비업체에 쩔쩔매는가.”
 이렇게 수십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타워팰리스 경비업체와 합의를 보고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조건은 ‘사진을 찍지 말 것. 주민들과의 인터뷰는 2명으로 제한’. 선거관리위원회도 아닌 타워팰리스 경비업체가 언론사의 주민투표 취재를 제한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그 순간은 취재가 급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 됐다. 투표소 주변에서 주민들을 만나 무상급식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경비원이 1m 거리에서 밀착 감시하는 것이었다. 인터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번째 인터뷰 대상자를 찾으려 하자 이 경비원은 ‘두 명 이상 인터뷰는 안된다’며 기자를 내쫓았다.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타워팰리스에 마련된 투표소를 나왔지만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황당할 뿐이었다.
 알고 봤더니 타워팰리스 쪽으로부터 횡포를 당한 건 기자만이 아니었다. 타워팰리스 쪽은 이날 새벽 투표소를 설치하러 온 선관위 직원들마저도 출입을 제한해 상당한 소동이 벌어졌다는 거였다. 내가 이 공무원에게 “어떻게 이런 데가 있을 수 있냐”고 묻자 이 공무원도 내게 “세상에 이런 데가 바로 여기에요”라며 답답하듯 하소연했다.
 강남구 선관위는 타워팰리스에 밀집인구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그곳에 투표소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타워팰리스 내에 3717명의 주민이 살고 있어 이 단지 내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선관위는 보통 3천명 단위로 끊어 투표소를 설치한다. 타워팰리스 단지 밖에 숙명여고와 같은 학교시설이 있지만 그곳의 투표소를 함께 쓰면 5~6천명의 유권자가 한 투표소를 찾게 되어 혼잡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우리도 그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싶지 않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투표소 장소를 물색할 때 제일 원칙은 주민의 투표참여가 가장 수월한 곳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에 타워팰리스 주민들 입장에서는 단지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투표소는 유권자들만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고 투표가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감시해야 할 언론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타워팰리스 투표소는 통제돼 있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투표소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타워팰리스 내에 투표소를 두고 싶다면 주민들은 이곳 투표소의 출입을 선거일에 한해 누구에게든 개방해야 한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선관위가 타워팰리스 안에 투표소를 설치해줬다면, 이날만이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투표소를 개방하는 게 맞다는 말이다.
 그들만의 성같은 곳에서 언론의 감시 없이 치러지는 선거는 괜한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강남 최고의 부촌이 바로 타워팰리스 아닌가. 쓸 데 없는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다음부터는 선관위와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좀 더 융통성 있게 투표소를 관리하기 바란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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